스마트페어런팅: 아기에게 표현하던 맛깔스런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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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0-09 17:0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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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표현하던 맛깔스런 우리말
조갑출(올바른양육연구소 대표, 중앙대학교
교수)
오늘 한글날 맞아,
전통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사용했던 예쁜 말들을 되새겨 보고 싶습니다.
우리 글은 다양하고 풍부한 형용사를 활용하여 글만으로도
영상에 버금가는 전달력을 가질 수
있지요.
아동기의 건강한 성장발달에 관해 탐구하는 아동간호학 전공자로서
필자가 특히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한 아동훈육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옛 어른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여
언어를 중요한 인물평가 기준의 하나로 꼽았던 탓에
가정에서도 어려서부터
언어에 대한 훈육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언어생활 훈육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언어 자체도
각별히 절제되고 미화된 표현을 했습니다.
아동기 전염병인 볼거리를 “항아리손님”이라고 했습니다.
침샘에 염증이 생겨 볼이 부은 것이 마치 항아리 같다 하여 이리 표현한 것인데,
“유행성이하선염”이라 칭하는 것보다 얼마나 듣기
좋습니까!
귀하디 귀한 아기에게 차마 “전염병”이라는 험한 말을 못하고
잠시 들렀다 가는 “손님”으로 표현했습니다.
윗동네 아이들에게 전염병이
퍼지면
“ 윗마을에 손님
들었다”고 애둘러 표현할 만큼
아이에게 쓰는 표현은 이리도 매사에 삼갔던 게지요.
열이 나서 발진이 돋으면 ‘아기 얼굴에 울긋불긋하게 뭐가 났다’는 표현 대신에
“열꽃 피었다” 라고 했습니다.
신생아에게 생리적 황달이 나타나면
“노랑꽃이 피었네! 이제 사람구실 하네” 라는 예쁜 표현을 했습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얘 황달 왔나봐, 애가 노리쨩쨩하네”
“노리깨리하네” 심지어는 “애가 왜 이리 누리팅팅해?”
라고도 합니다.
이들에게 옛
어른들의 매사에 삼가고 절제하던 말 맵시를 알려주어
오늘날에도 되살리고 싶습니다.
생활 속에서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이 점차 사라지고
그 많던 형용사가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 표현을 맛깔나게 맘껏 담아낼 수 있는 형용사가 잊혀져가면서
우리말이 거칠고 막되어졌고,
언어의 품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전통사회의 낡은 잣대가 아니라,
오늘날도 여전히 중요한 인물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요즘 부모들이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